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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기업 네덜란드 ASML, AI칩 전쟁에 협력 중요해져

반도체 핵심기업 네덜란드 ASML, AI칩 전쟁에 협력 중요해져

Posted December. 12, 2023 08:40,   

Updated December. 12, 20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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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순방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축 역할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함께 방문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露光)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고성능 칩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한미일 반도체 동맹의 성패가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도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함께 세계 4대 반도체 장비회사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집계 기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20%)가 1위, ASML(18%)이 2위였다.

반도체는 회로를 새기는 노광, 깎아내는 식각, 씻는 세정, 막을 쌓는 증착 등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ASML은 노광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에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를 그리는 핵심 장비를 생산한다. 특히 ASML이 전 세계에서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7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급 시스템 반도체 및 10나노 중반급 미만의 D램 등 초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ASML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EUV 장비는 50대가량으로 한정돼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 간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그동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쓸어가다시피 했다. 삼성전자의 EUV 보유 대수는 TSMC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이 고객사들보다 입김이 센 ‘슈퍼 을’이라 불리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네덜란드와의 관계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 10월과 지난해 6월 각각 네덜란드를 찾아 ASML을 직접 챙겼다. 올해 들어 일부 매각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ASML 지분 0.4%를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ASML과 5년간 4조7000억 원 규모의 EUV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방한 당시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회장)와 차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최 회장도 참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있어 EUV 장비 확보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AI서버, AI폰, AI컴퓨터 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AI용 고사양 프로세서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칩은 물론이고 첨단 메모리 D램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7∼9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7.9%, 삼성전자가 12.4%로 두 기업 간 격차가 45.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로서는 고객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서는 첨단공정 확대가 시급하다. 미국, 일본 등의 추격도 매섭다. 인텔은 10월부터 EUV를 처음 적용한 ‘인텔4’ 공정으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4일 AI용 칩으로 출시하는 인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도 EUV를 통해 생산된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EUV 기술을 도입해 첨단 반도체 양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유를 가질 틈이 없다는 얘기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 등 초미세공정에 있어 EUV는 없어선 안 될 필수 장비”라며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한국의 AI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네덜란드 및 ASML과의 협력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