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지지율 20% 선이 붕괴됐다. 현직 총리 지지율이 10% 대를 기록한 건 2012년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래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을 비롯한 당내 최대 파벌 아베파 각료 4명 전원을 비(非)아베파로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14일 발표된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17.1%를 기록했다. 정권 퇴진 위기라고 일본 언론이 지적한 지지율 20% 선이 무너지면서 기시다 정권을 향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집권 자민당 기시다파 좌장이자 한일 관계 개선 논의에 참여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사진) 전 외상을 퇴임 3개월 만에 정권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기용했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기시다 총리로부터 어려운 상황이니 도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라면서도 “성심성의를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부터 올 9월까지 외상을 지낸 하야시 장관은 기시다 총리 뒤를 이어 자민당 온건 세력을 이끌 인물로 꼽혀 왔다. 기시다 총리와 같은 파벌이면서 정치적 영향력도 있어 당내에서 견제하는 분위기여서 당내 다른 파벌은 물론이고 기시다 총리도 애초 관방장관 1순위로 꼽은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유력 후보들이 관방장관 제의를 잇따라 고사하자 결국 하야시 장관에게 맡기는 ‘회전문 인사’가 이뤄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하야시 장관 기용을 고육지책으로 평가하며 “파벌 협력이 얼마나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인사 우여곡절로 총리 구심력이 더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