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딸이 다섯인 중년 남자다. 석탄배달업자인 그는 일중독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 한다. 그런데 그가 수녀원에 장작과 석탄을 배달하러 간 날, 그의 삶에 위기가 닥친다. 젊은 여자와 아이들이 신발도 신지 않고 바닥을 문지르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미혼모나 윤락여성을 비롯한 소위 “타락한 여자들”과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다. 수녀원이 운영하는 막달레나 세탁소는 그들의 노동으로 이뤄진다. 감금당한 그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더러운 세탁물에서 얼룩을 씻어내며 자신의 죄를 씻어낸다. 그가 목격한 것은 그 현장이다.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도 미혼모였다. 그녀가 일하던 집 주인 윌슨 여사의 호의가 아니었다면 그의 어머니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되어 수녀원으로 끌려가 속죄를 강요당했을 것이다. 그가 넉넉지는 않아도 평화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고 지금처럼 사는 것도 그 호의 덕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수녀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는 최선이겠지만, 그는 자신이 받은 호의와 사랑을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 그가 수녀원 석탄광에 갇혀 있는 여자아이를 구해 집으로 데려가는 이유다. 수녀원의 보복이 예상되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만, 그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세탁소는 무엇이든 깨끗하게 만들기로 평판이 좋았지만, 그 뒤에는 수녀원에 평생 감금되어 속죄를 강요당한 여성들의 눈물과 한이 있었다. 그런데 작가의 눈길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인권 유린이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이에게 조용히 베풀면서 행복해하는 개인을 향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넉넉하고 따뜻한 작가여서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