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루지 여자 2인승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여자 1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알렉산드라 오베르스톨츠(17·이탈리아)는 “코치님과 이번 대회만 보면서 훈련했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이탈리아 여자 대표팀은 크리스티안 오베르스톨츠 코치(47)가 지휘하고 있다. 선수와 코치의 성(姓)이 같은 건 두 사람이 부녀지간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코치는 “올림픽 메달은 내 평생의 꿈이었다. 나는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딸이 대신 이뤄준 것 같아 정말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부터 네 차례 겨울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는 못했다.
알렉산드라의 어머니인 아나스타샤 씨(43)도 ‘올림피안’이다. 러시아 대표로 참가한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앞두고 크리스티안 코치와 사랑에 빠진 아나스타샤 씨는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대표로 자국에서 열린 2006 토리노 대회에 참가했다. 아나스타샤 씨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적은 없다.
알렉산드라는 “사실 내가 처음 루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빠, 엄마 모두 반대하셨다. 재미있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도 엄마, 아빠가 루지하는 걸 모두 반대하셨다는 점이다. 그런데 결국 루지 때문에 두 분이 만나셨다”며 웃었다.
크리스티안 코치는 “이 종목이 위험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장서서 권유하지는 못했다”면서 “큰 대회를 앞두고 딸이 내가 (올림픽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했다. 계속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딸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 출전하면 대를 이어 ‘안방 올림픽’에 출전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루지 남자 2인승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이탈리아 대표 마누엘 바이센슈타이너(16)도 ‘썰매 2세’다. 그의 어머니 젤다 씨(55)는 2개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첫 번째 이탈리아 선수다. 젤다 씨는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는 루지 금메달, 2006 토리노 대회 때는 봅슬레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누엘은 “나는 루지만 할 것”이라며 웃었다. 마누엘은 6년 전 어머니에게 루지를 배우러 왔던 필리프 브루너(18)와 짝을 이뤄 2인승에 나서고 있다. 두 선수는 2026 올림픽 출전이 확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봅슬레이 여자 모노봅(1인승) 금메달을 딴 마야 보이트(17·덴마크) 역시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향해 질주 중이다. 마야의 아버지 페테르 씨(50)는 “우리 딸이 아빠를 닮아 빠르다”며 웃었다. 페테르 씨는 육상과 봅슬레이 선수로 활동했지만 끝내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다. 올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유스시리즈 1∼6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마야는 이번 대회에서도 결선 1, 2차 시기는 물론 8차례 연습주행에서도 전부 1위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컬링에 출전하는 야코브(18), 카트리네 슈미트(16·덴마크) 남매도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남매의 아버지인 울리크 슈미트 덴마크 대표팀 코치(62)는 두 차례, 어머니 리사 리처드슨 씨(58)는 한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역시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21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남매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알파인스키에 출전하는 로미 에르틀(17·독일·사진) 역시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는 ‘2세 샛별’이다. 그의 어머니는 올림픽에 총 5번 출전해 알파인스키에서 메달을 총 3개(은 2개, 동 1개) 따낸 마르티나 씨(51)다. 로미는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콤바인(슈퍼대회전+회전)에서 이번 대회 개인 첫 메달(동)을 목에 걸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