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요르단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아시안컵 우승 꿈이 좌절됐다. ‘판타스틱 4’로 불리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를 비롯해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64년 만의 정상 등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토너먼트 라운드 들어 후반전 막판에 터진 드라마 같은 동점골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고 ‘꾸역꾸역’ 다음 라운드에 올랐지만 4강전까지였다.
한국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에서 졸전 끝에 0-2로 완패했다. 점유율에선 69.6% 대 30.4%로 많이 앞섰지만 슈팅 수에서는 8개로 요르단(17개)의 반에도 못 미쳤다. 유효 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요르단은 7개의 슈팅이 골문 안쪽 방향을 향했고 이 중 2개가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이 요르단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영패’를 당한 건 외신들도 ‘충격패’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팀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2로 비기긴 했지만 대부분의 축구 전문 통계 매체와 베팅 사이트들은 한국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이고 요르단은 이보다 64계단이나 아래인 87위다. 요르단은 이번 대회 전까지 아시안컵 최고 성적이 8강이었다. 미국 스포츠 매체 ‘애슬레틱’은 “한국이 요르단에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한국이 FIFA 랭킹 87위 요르단을 상대로 형편없는 경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 축구의 수비는 모래성 같았다. 후세인 아무타 요르단 감독은 한국과의 4강전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8강전까지 5경기에서 8골이나 허용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4강전을 치르기도 전에 상대 팀에 약점을 잡힌 것이다. 한국은 4강전까지 6경기에서 ‘클린시트’를 한 번도 남기지 못하고 모두 10골을 내줬다. 2015년과 2019년 두 대회를 합쳐 11경기에서 허용한 4골의 2배가 넘는다.
한국 대표팀엔 ‘월드클래스’ 센터백 김민재가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들어 수비라인은 모래성 같았다. 김민재의 개인 방어력은 돋보였지만 커버 플레이나 라인 조절 같은 협력 수비는 허술했다. 특히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4강전에서 한국 수비는 ‘우왕좌왕’ 헤맸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점수 차는 더 벌어졌을 경기다.
한국은 경계 대상 1, 2호로 꼽혔던 무사 알타마리와 야잔 알나이마트를 모두 놓쳤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둘의 위력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알타마리는 1골 1도움, 알나이마트는 1골을 기록하며 한국전 완승을 이끌었다. 알나이마트는 조별리그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선수다.
한국은 창끝도 무디었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모두 11골을 넣었지만 필드골은 5골에 그쳤다. 페널티킥으로 3골, 프리킥으로 1골을 넣었고 나머지 한 골은 상대 자책골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린 전술에서 나왔다고 볼 만한 득점은 하나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개막 전부터 일명 ‘해줘 축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것인지 색깔이 분명치 않고 이렇다 할 전술도 없이 선수 개인의 기량에 믿고 맡기는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안컵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네 번째 참가한 아시안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그라운드 인터뷰를 했는데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렵게 말문을 연 손흥민은 “국민들께서 너무 많은 응원을 보내 주셨는데 우승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손흥민은 1분 30초 동안의 인터뷰에서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5번이나 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 등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날 카타르에서 바로 유럽으로 이동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국내 리그 선수들은 8일 귀국한다.
김배중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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