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다수당인 야당 공화당이 중남미 불법이민자 급증에 따른 국경 통제 실패를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사진)에 대한 탄핵안을 13일 가결했다. 현직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앞서 1876년에도 윌리엄 벨크냅 당시 전쟁장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탄핵 위기에 처했다. 다만 하원 표결에서 탄핵이 기정사실화하자 그 직전 자진 사퇴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의 해임 여부는 ‘탄핵심판권’을 가진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집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어서 최종 해임 가능성은 낮지만 미 정계의 대립과 갈등이 극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하원은 마요르카스 장관의 탄핵안을 전체 450석 중 찬성 214표, 반대 213표로 가결시켰다. 공화당은 앞서 6일에도 이를 하원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찬성 214표, 반대 216표로 부결됐다. 5일 만에 다시 탄핵안을 올렸고 6일 표결 때 암 치료 때문에 불참했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단 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됐다. 가결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 게임을 위해 명예로운 공무원을 표적으로 삼은 공화당 의원들의 행동은 위헌적”이라며 역사가 이런 당파 행위를 좋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가 대폭 늘었다며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국경장벽 건설 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실시했고 재집권 시 이를 강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지원 비용을 줄여 이민자 단속에 쓰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최근 미 의회에서 탄핵이 거듭 일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공화당 강경파는 지난해 10월 같은 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합의했다는 것에 반발해 미 헌정사상 최초로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까지 해임시켰다. 마요르카스 장관의 탄핵소추안 가결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