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사진)이 12년 만에 다시 오렌지색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프로야구 한화는 국내 복귀를 결정한 류현진과 프로야구 역대 최대인 170억 원에 4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과 세부적인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대로 복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37)가 2022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산과 ‘4+2’년 동안 152억 원을 받기로 한 게 최고 기록이었다. 류현진은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기 때문에 MLB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FA 신분이 아니지만 몸값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MLB에서는 11년 동안 총 1억2138만 달러(약 1624억 원)를 벌었다.
2020년 토론토와 4년 계약을 맺었던 류현진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지난해 MLB 윈터미팅 때 “류현진에 대한 MLB 팀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 류현진은 내년에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공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고 지난해 8월 MLB에 복귀했던 류현진 역시 미국 무대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보스턴, 볼티모어,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등이 차기 행선지로 거론됐지만 MLB 30개 전 구단이 스프링캠프 일정에 돌입한 뒤에도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사이 친정팀 한화에서 적극적으로 ‘구애 작전’을 펼치면서 류현진의 마음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시즌 준비를 하던 류현진은 한화가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오키나와로 건너가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가운데 ‘맏형’이던 류현진의 국내 복귀 소식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도 전해졌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고우석(26)은 “우리 팀에 오실 수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같은 팀 김하성(29)도 “우리 팀과 계약했다면 우석이가 특히 좋아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는 “선배님이 심사숙고하신 결과라고 생각한다.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2006년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하면서 한화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야구 42년 역사상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차지한 건 류현진뿐이다. 류현진은 이후 7년 동안 한화에서만 뛰면서 통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 탈삼진 1238개를 기록했다.
2012년 시즌 종료 후 MLB 도전을 선언한 류현진은 포스팅을 거쳐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2013년 개막 엔트리에 바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 가운데 최초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지 않고 빅리그로 직행하는 기록도 남겼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재활 등판을 제외하면 마이너리그 생활을 한 적이 없다.
류현진의 MLB 통산 성적은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934개다. 한국 출신으로 류현진보다 MLB 통산 승수가 많은 투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51) 한 명뿐이다. MLB에서 124승(98패)을 기록한 박찬호는 2012년 한화에 입단해 류현진과 1년을 함께 뛴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