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올해 말 1.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고 21일(현지 시간) 선언했다. 2027년 1.4나노 공정까지 성공해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인텔이 연말 1.8나노 칩 양산에 성공한다면 2025년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계획을 앞서게 된다.
이날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첫 파운드리(위탁생산) 행사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2024’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인텔의 야심 찬 계획은 그간 업계의 의구심을 사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MS가 인텔의 1.8나노 칩을 주문한 고객사로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이날 행사는 ‘아메리칸 칩워(Chip War·반도체 전쟁)’를 전 세계에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AI 칩 개발과 설계는 물론이고 미 기업과 정부가 똘똘 뭉쳐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빼앗긴 ‘첨단 반도체 제조 생산’ 주도권까지 가져와 미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자리였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50년 동안 세계 정치는 석유가 어디서 나는지에 좌우됐다. 이제는 반도체가 주인공”이라며 “아시아가 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 비중을 서방 세계로 50%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이날 행사에 화상으로 등장해 “우리 모두는 미국에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텔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도 인텔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행사에 참석해 “인텔은 미 반도체 산업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려면 ‘칩스 투(제2 반도체법)’ 또는 다른 이름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2나노, 2027년 1.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설계 기술을 보유한 ARM,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 오픈AI 등과의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