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등 코코아 가공품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코아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주요국의 이상기후, 전염병 등으로 코코아 가공품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의 수확이 급감한 탓이다. 공급 부족으로 카카오 열매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자 ‘글로벌 초콜릿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13일 세계 카카오의 60%가량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의 주요 코코아 가공 공장이 카카오 열매를 구입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코코아 가공 공장들은 카카오 열매를 버터, 액상, 분말 등으로 바꿔 초콜릿 등을 생산하는 전 세계 식품업체로 수출한다.
코트디부아르의 주요 코코아 가공 업체인 트랜스카오는 최근 카카오 열매의 가격 급등에 따라 열매 구입을 중단했다. 아직 재고분으로 생산을 하고 있지만 공장 가동이 거의 중단됐다. 코트디부아르 내 다른 업체, 가나의 공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 열매의 최대 생산지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조차 생산량이 최근 1년간 약 30% 급감해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12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코아 가격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4.7% 오른 t(톤)당 7049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카카오 흉작의 원인으로 폭우, 전염병 등이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강수량은 30년 평균치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수확기인 여름엔 폭우로 카카오 열매를 시들게 하는 곰팡이로 인한 ‘검은 꼬투리병’이 확산했다. 겨울엔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가 카카오 나무를 시들게 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은 한 해 전보다 10.9% 감소한 445만 t이다. 수요분에 비해 37만4000t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전 세계 카카오 재고가 4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공급 감소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열매에 관한 각종 질병이 최근에도 거듭되고 있어 공급 부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