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기시다는 밀당중… 한국이 패싱당하지 않으려면
Posted March. 29, 2024 08:46,
Updated March. 29, 2024 08:46
김정은과 기시다는 밀당중… 한국이 패싱당하지 않으려면.
March. 29, 20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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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간 만남은 조심스럽다. 일정, 의제 등이 웬만큼 조율돼도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다. 의전 업무에 잔뼈가 굵은 외교 당국자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취소되지 않을 수준으로 조율돼야 일정을 알리는 게 정상회담”이라고 했다. 요즘 이런 상식에 역주행하는 관계가 있다. 북한과 일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지난달 담화를 내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달 25일엔 한술 더 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했다고 돌연 공개했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 날 “조일(북-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하루 만에 또 말을 바꿨다. 정상 간 기류가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북 치고 장구 치는 김여정의 ‘현황 중계’를 지켜보는 일본 입장에선 불쾌하고 불편할 법하다. 그런데 반응이 묘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구체적으로 (정상회담 관련)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띄우더니 김여정의 25일 기습 담화에는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결을 맞췄다. 정상회담 준비 프로세스는 동맹끼리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서로 좋아할 구석이 별로 없는 북한과 일본은 왜 요즘 공개 ‘밀당’ 중일까. 일본이 회담의 끈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9월에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에겐 몇 안 되는 지지율 반전 카드 중 하나가 김정은과의 협상 테이블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이 납북자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20%대 지지율 수렁에 빠진 기시다에겐 대박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공개 거론하는 이유는 다층적이다. 우선 물밑 교섭 사실을 주도적으로 공개해 일본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미일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일본을 흔들면 한미일 3각 고리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외교 당국자는 “기시다가 대화를 구걸하는 것처럼 노출해 선전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적 외교 고립을 탈피하려는 속셈도 북한에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접촉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자 일본을 떠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정적으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두고 입장 차가 여전하다. 북한은 회담 전제 조건으로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거듭 밝혔지만 일본은 이 의제를 올리지 않으면 회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김여정이 26일 돌연 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양측의 이러한 간극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일 정상회담이 옆집들 얘기라고 손 놓고 있을 건 아니다.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먼 산을 바라볼 때도 아니다. 양측의 절실한 필요가 맞아떨어지면 기류가 급진전될 수 있는 게 또 정상회담이다. 넋 놓고 있다가 패싱당하지 않으려면 북-일 기류부터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북-일 대화 움직임이 있다면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일 정보 공조 수준을 높여 김정은의 수작에 일본이 말려들지 않도록 살피고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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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간 만남은 조심스럽다. 일정, 의제 등이 웬만큼 조율돼도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다. 의전 업무에 잔뼈가 굵은 외교 당국자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취소되지 않을 수준으로 조율돼야 일정을 알리는 게 정상회담”이라고 했다.
요즘 이런 상식에 역주행하는 관계가 있다. 북한과 일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지난달 담화를 내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달 25일엔 한술 더 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했다고 돌연 공개했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 날 “조일(북-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하루 만에 또 말을 바꿨다.
정상 간 기류가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북 치고 장구 치는 김여정의 ‘현황 중계’를 지켜보는 일본 입장에선 불쾌하고 불편할 법하다. 그런데 반응이 묘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구체적으로 (정상회담 관련)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띄우더니 김여정의 25일 기습 담화에는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결을 맞췄다.
정상회담 준비 프로세스는 동맹끼리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서로 좋아할 구석이 별로 없는 북한과 일본은 왜 요즘 공개 ‘밀당’ 중일까.
일본이 회담의 끈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9월에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에겐 몇 안 되는 지지율 반전 카드 중 하나가 김정은과의 협상 테이블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이 납북자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20%대 지지율 수렁에 빠진 기시다에겐 대박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공개 거론하는 이유는 다층적이다. 우선 물밑 교섭 사실을 주도적으로 공개해 일본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미일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일본을 흔들면 한미일 3각 고리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외교 당국자는 “기시다가 대화를 구걸하는 것처럼 노출해 선전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적 외교 고립을 탈피하려는 속셈도 북한에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접촉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자 일본을 떠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정적으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두고 입장 차가 여전하다. 북한은 회담 전제 조건으로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거듭 밝혔지만 일본은 이 의제를 올리지 않으면 회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김여정이 26일 돌연 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양측의 이러한 간극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일 정상회담이 옆집들 얘기라고 손 놓고 있을 건 아니다.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먼 산을 바라볼 때도 아니다. 양측의 절실한 필요가 맞아떨어지면 기류가 급진전될 수 있는 게 또 정상회담이다.
넋 놓고 있다가 패싱당하지 않으려면 북-일 기류부터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북-일 대화 움직임이 있다면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일 정보 공조 수준을 높여 김정은의 수작에 일본이 말려들지 않도록 살피고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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