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美 주별 경쟁에서 배우는 반도체 공장 유치법

美 주별 경쟁에서 배우는 반도체 공장 유치법

Posted April. 08, 2024 09:08,   

Updated April. 08, 2024 09:08

日本語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 전쟁을 취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50개 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반도체 프렌들리’ 환경으로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치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교육이나 인프라에 더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도전을 준비하는 식이다.

지난주 SK하이닉스가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 투자를 발표한 미 인디애나주는 2022년 인텔의 20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공장 유치전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웃한 오하이오주와 접전 끝에 졌다.

오하이오주가 인디애나주보다 세액공제나 직접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를 더 많이 약속했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보조금은 비슷하게 불렀지만 두 주의 가장 큰 차이는 ‘풍부한 인력’이었다는 것이 당시 미 언론의 분석이다.

채용할 수 있는 반도체 고급 인력이 얼마나 풍부한지가 중요 조건이었고,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의 대졸 인력 수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텔의 오하이오주 새 공장 부지는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차로 25분 거리다. 좀 더 거리를 넓혀서 차로 수 시간 내에 있는 카네기멜런대의 존재도 영향을 미쳤다.

인텔 유치전 당시 인디애나주 상무장관이었던 브래드 챔버스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가장 큰 교훈은 대형 반도체 회사에 제공할 수 있는 토지, 인프라, 인력 프로그램을 좀 더 매력적인 패키지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보조금은 당연하고 그 이외의 종합 패키지도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인텔 유치 실패 후 2년 동안 ‘풍부한 인력’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 주내 이공계 명문대로 꼽히는 퍼듀대가 나섰다. 퍼듀대는 2022년 미국 최초로 반도체학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해 5년 내 반도체 전문 교수 50여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똑똑한 박사 지망생을 데려오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인디애나주에 18억 달러(약 2조4000억 원) 투자를 약속한 미 반도체 기업 스카이워터가 퍼듀대의 노력에 감동을 받아 다른 4개 주를 제치고 인디애나주를 택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퍼듀대는 이번 SK하이닉스 투자에서도 주요 파트너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의 새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생산기지는 학내 연구단지에 위치한다. 퍼듀대는 부지 할인 등을 포함해 SK하이닉스에 약 6000만 달러(약 808억 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일개 대학뿐만 아니라 주 정부의 1조 원 규모 직간접 보조금, 시 정부의 지원, 지역 에너지 기업까지 파트너로 참여해 SK하이닉스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유치전에서 실패한 또 다른 주는 아마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또 다른 ‘반도체 프렌들리’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다. 경쟁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변화하는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팬데믹으로 공급망 안보 개념이 부상하고 각국의 반도체 보조금 전쟁이 촉발된 지 2년 만에 인디애나주는 ‘0개’였던 반도체 공장을 ‘8개’로 늘렸다. 골든타임 2년간 한국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