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당정협의 안한 ‘직구 금지’ 도돌이표 정책 혼선

당정협의 안한 ‘직구 금지’ 도돌이표 정책 혼선

Posted May. 21, 2024 09:10,   

Updated May. 21, 2024 09:10

日本語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사실상 철회한 가운데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증하는 당정협의도, 현장 의견 수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10 총선 참패 뒤 정부여당은 “민생과 정책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겠다”고 반성했지만 “당정 소통 부재, 관료식 탁상행정 등이 맞물린 총체적 난맥상이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차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마추어 국정이 윤석열 정부의 특질”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직구 금지와 관련한 정책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전했다. 성 실장은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도 회의에서 “정책 발표 전에 충분하게 정책이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된다”며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당정협의 등을 시스템화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무조정실 이정원 국무2차장, 김용수 경제조정실장 등에게 별도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원래 하려고 했던 정책 의도가 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느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들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뒤 ‘당정 사전 협의’ 관련 질문에 “나는 처음 들었다. (정부가 당에) 실무적으로 뭘 갖다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정 협의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혼란이 벌어진 뒤 뒤늦게 당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여당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인 2022년 8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당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는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주69시간 근로제’, 같은해 11월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강행에 따른 현장 혼란이 벌어질 때마다 뒷북 문제제기가 되풀이 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수직적 당정관계란 구조적 원인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탁상행정, 오락가락행정, 우왕좌왕 졸속추진”이라며 “엉터리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철저히 밝히라”고 비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