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졸속 추진했다 역풍에 철회…어설픈 정책 난맥 언제까지

졸속 추진했다 역풍에 철회…어설픈 정책 난맥 언제까지

Posted May. 22, 2024 09:11,   

Updated May. 22, 2024 09:11

日本語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해외제품 80개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을 놓고 소비자와 정치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불쑥 내놨다가 역풍을 맞아 황급히 거둬들이는 헛발질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해외직구 금지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결국 국민에게 사과했다. 정부는 3월 초부터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여 차례 회의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반발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소비자 의견수렴 절차를 건너뛰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됐다”고 뒤늦게 비판할 정도로 정부 여당의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예상 못한 벽에 부딪쳐 역주행하는 난맥이 국가정책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 단위 연장근로 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늘리는 방안을 재작년 말 발표했지만 노동계가 항의하자 작년 3월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14.8% 삭감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일자, 내년 R&D 예산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없애면서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취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려던 계획은 학부모들의 항의로 인해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결국 중단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정책 혼선의 배경에 총선 패배 등으로 코너에 몰린 정부의 조급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구 플랫폼을 통한 중국 과잉 생산품 밀어내기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모두 겪는 고민거리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중국 직구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등을 검토하면서도 자국 소비자의 반발, 무역갈등 격화를 고려해 아직 분명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만 구조적 해법이 아닌 어설픈 핀셋 규제책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국민 실생활과 관련한 정책은 입안단계부터 국민의 수용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부처가 보여준 판단력, 정책 소비자에 대한 감수성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낙제점 수준이다. 이런 아마추어 같은 문제해결 능력으로 나라 안팎의 도전적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