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투부대가 적을 제압하는 모습입니다. 사격 실시!”
26일 오전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후지산 아래 자리한 서울 여의도 면적 10배 크기(8809ha)의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일본 최대 규모의 실탄 사용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이 열렸다. 훈련장이 꺼질 듯 연달아 울리는 대포 포성에 자위대원과 관람객들은 깜짝 놀라면서 탄성을 지었다.
이번 훈련은 일본의 섬 지역을 침공한 적을 물리치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했다. 연례 행사이기는 하나 올해는 라이칭더(賴德) 대만 총통 취임 후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훈련을 한 지 사흘 만에 ‘섬 침공’을 상정한 대규모 훈련이라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해양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2027년까지 방위비를 2배로 늘리기로 한 일본이 위력을 과시한 것이다.
자위대는 “정찰로 확보한 정보에 근거해 주요 목표에 대한 사전 제압 사격을 실시한다”며 가상의 적으로 상정한 무인기를 향해 곡사포를 발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유지해 온 전수방위(守防衛·공격 받았을 때만 최소한으로 자위력 행사) 원칙을 버린 일본이 사실상의 선제공격에 나서는 모습을 훈련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헬리콥터를 상공에 띄워 적의 전차를 향해 사격하는 모습, 적에 대해 전차포가 불을 뿜으며 포를 발사하는 모습 등도 공개됐다. 주력 설비인 10식 전차를 비롯해 기동전투차, 중거리 다목적 유도탄, 박격포, 소총 등 화력을 뽐내는 다양한 무기가 동원됐다. 자위대 측은 무인기 및 기동 전투차 연계 작전 등 현대전에 대응한 전투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무려 68t의 실탄을 사용했다. 5년 전인 2019년 훈련 때 썼던 실탄량(35t)의 2배 가까운 규모로, 실탄 비용만 8억4000만 엔(약 73억 원)에 달했다.
우경화 색채가 강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인 2010년대에는 이 훈련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며 여론몰이에 활용했다.
고텐바=이상훈 특파원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