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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행복해야 애 낳을 결심 한다

Posted May. 29, 2024 08:31,   

Updated May. 29, 20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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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자녀를 낳지 않으려고 할까. 아마도 주변 부모들의 모습이 ‘애 낳을 결심’을 할 만큼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저출산 대책이 성공하긴 매우 어렵다. 모든 정책은 수요자를 고려해야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특히 수요자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워킹맘으로서 경험과 주변 사례들을 통해 ‘딩크로 남을 결심’을 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짚어 보려 한다.

우선 임신부터다. A 씨는 난임휴가를 쓰기 어려워 회사를 관뒀다. 시험관 시술을 하려면 생리 시작 후 2, 3일 차에 꼭 병원을 가야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 배에 주사를 놓으며 주 2회가량 병원에 간다. 수면마취로 난자를 추출하는 날도, 배아 이식 후 한동안 매일 착상을 돕는 주사를 맞을 때도 병원에 가야 한다.

어린이집은 충분한가. 우리 집 둘째는 생후 10개월부터 가정형 어린이집을 다녔다. 하지만 수개월 뒤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원장 선생님은 “집값이 너무 올라 계약 연장을 못 했다”고 했다. 사립 어린이집은 원아 수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저출산으로 원아가 줄어들면 지원금도 주는데 월세가 오르면 감당하기 어렵다.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기 만나는 ‘육아 아웃소싱’ 시장은 매우 불투명하다. 조선족 입주 이모님을 구하는 절차는 이렇다. 시터 중개 애플리케이션에 구인광고를 올린다. 소개소에서 문자로 사진과 프로필이 온다. 신원 검증은 신분증으로 갈음한다. 약 30분 면접으로 아이를 맡길지를 결정한다.

조부모가 돕더라도 문제는 생긴다. B 씨는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엄마의 건강이 악화되며 회사를 관뒀다. 엄마의 건강이 회복된 뒤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혹시 또 아프실까 내내 걱정이다.

C 씨는 아이를 데리고 배우자의 해외 근무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휴직이 안 돼 퇴사했다. 회사는 선례를 만드는 일을 반기지 않았다.

내가 본, 집으로 가야 했던 워킹맘들은 일을 하기 싫어서 회사를 떠난 게 아니었다. 기업이 출산과 육아에 수반되는 부모의 헌신을 장려하고 국가가 제도적 차원에서 뒷받침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면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 출산을 결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삶의 지속 가능성이다. 영아기에 정부가 기저귀값을 한 달에 수십만 원 준다고 해서, 목돈을 주거나 대출을 탕감해 준다고 해서 그 이후의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는다. 부모가 출근 전 차려 놓은 밥을 자녀가 냉장고에서 꺼내 혼자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 먹을 수 있는 나이까지 겨우 키워 놓으면 다음은 사교육이 문제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약 4개월 뒤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떨어졌다.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부총리급 조직으로 격 높게 신설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려면 걸림돌을 하나하나 치워야 한다. 저출산 정책은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세금만 또 수십조 원 날리고 실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