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이 최근 30대 초중반 연령층에서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황광훈 부연구위원은 이달 5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청년패널조사로 본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누가 캥거루족이 되고, 누가 캥거루족에서 벗어나는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최근 캥거루족 증가 현상이 20대 중후반보다 30대 초중반 연령대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선 부모와 현재 같이 살고 있거나, 따로 살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청년을 캥거루족으로 분류했다. 25∼34세 캥거루족 비율은 2012년 62.8%에서 2020년 66.0%로 늘었다. 이 중 25∼29세 캥거루족 비율은 2012년 81.8%에서 2020년 79.0%로 80% 안팎을 유지한 반면 30∼34세 캥거루족은 같은 기간 45.9%에서 53.1%로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 기준 25∼34세 캥거루족을 학력별로 나눠 보면 ‘고졸 이하’ 집단에서 캥거루족 비율이 7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4년제 대학 졸업(65.4%), 전문대 졸업(63.6%), 대학원 졸업(56.6%) 순으로 캥거루족 비율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청년의 캥거루족 비율이 69.4%로 비수도권의 61.7%보다 다소 높았다.
황 부연구위원은 25∼34세 청년층이 캥거루족이 되는 것에 미치는 영향 요인도 추정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캥거루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대부분 20대 중반에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도권에 사는 청년일수록 캥거루족이 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일자리 환경은 좋지만 주거 비용과 소비 지출이 더 많기 때문이다.
황 부연구위원은 “향후 30대 연령층에서 캥거루족 증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들 상당수는 경제적 기반이 약화돼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부모 세대의 노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취직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