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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한국인 근로자 31명만 신고… ‘불법 파견’ 의혹에 책임 공방 가열

아리셀, 한국인 근로자 31명만 신고… ‘불법 파견’ 의혹에 책임 공방 가열

Posted June. 27, 2024 08:49,   

Updated June. 27, 20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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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근로자가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졸속으로 투입시킨 정황도 발견됐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리셀에 외국인 근로자를 보낸 인력업체 ‘메이셀’은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구인 사이트에 12일부터 19일까지 세 차례 공고를 올려 아리셀 파견 근로자를 모집했다. 시급은 9860원이며, 시흥에서 공장까지 통근버스를 운행한다고도 했다. 메이셀 측은 ‘단순업무’ ‘면접없음’ ‘바로 출근가능’ 등 문구를 내걸어 근로자를 모았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아리셀과 인력파견업체 메이셀 사이 도급계약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두 업체간 불법 파견 또는 편법 도급 의혹이 농후하다고 보고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 민 본부장은 “두 업체는 구두상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리셀 대표는 전날 ‘적법한 도급계약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공정이나 인사관리 등 실질적인 고용 및 노동 형태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국은 26일 오전 9시부로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해 비슷한 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유사 위험시설 사고를 막기 위해 전지제조업 사업장 500여곳에 리튬 취급 안전수칙 자체점검표를 토대로 긴급 자체점검을 시행하도록 했다. 또 전지 관련 200여개 회사는 소방청 주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날부터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진행 중이다.

황필규 공감 변호사는 “화성을 포함해 전국에 외국인노동자 불법파견은 이미 만연해있다. 구조상 파견업 자체의 안전교육이 미비한데, 언어가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 교육은)는 더 허술하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고용주가 있으면 그나마 안전교육이 나은데 파견업체에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면 안전교육 의무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졸속 모집과 교육으로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료 직업소개사업소(인력사무소)는 2019년 1만3332개소에서 올 5월 1만5893개소로 5년 만에 2561개소(19.2%) 증가했다.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조업 분야 종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만9670명으로,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겼다. 경기 지역의 한 인력사무소 사장은 “인력사무소들간에도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넘어서 3차 도급까지 내려가면서 ‘똥떼먹기(수수료 떼먹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낮은 처우를 받고 위험한 일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화성=이수연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