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軍 9·19로 중지됐던 ‘휴전선 인근 포사격 훈련’ 이번주 재개

軍 9·19로 중지됐던 ‘휴전선 인근 포사격 훈련’ 이번주 재개

Posted July. 02, 2024 09:02,   

Updated July. 02, 2024 09:02

日本語

정부가 이번 주초부터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이남 5km 이내 지역에서 포병 사격 등 훈련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물 풍선’ 테러 등을 지속적으로 감행하는 북한의 연속된 도발에 대응해 앞서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를 시킨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실제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 등 사격 훈련을 재개한 바 있다. 이어 이번 주부터 육지에서도 동·서부 전선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실사격 훈련에 나서는 것. 군 당국은 일단 2018년 9·19합의 이후 훈련을 하지 못했던 복수의 사격장에서 조만간 포병 사격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조만간 경기 연천 적거리사격장, 강원 화천 칠성사격장, 경기 파주 스토리사격장 등 일대에서 포병 사격을 실시하기로 하고 훈련 세부 일정 등을 조율 중이다. 9·19합의 이후 사실상 5년여간 휴전선 이남 5km 안에 위치한 이 지역들에선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파기된 9·19합의 2조는 이 지역 내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 훈련을 전면 중지하도록 돼 있다. 이어 군은 이달 중순경까지 9·19합의로 훈련이 중단된 동·서부 전선 일대에서 야외 기동훈련과 육해군 합동 사격 훈련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주 서북도서 해상 사격 이후 곧바로 육지에서도 포병 사격 및 야외 기동 훈련을 전격 재개하는 건 오물 풍선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더 큰 도발 움직임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 정부에서 하지 못했던 훈련을 정상화하면서 전방 지역 내 군사 대비 태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이 조만간 포병 사격을 재개할 경기 연천 적거리사격장, 강원 화천 칠성사격장, 경기 파주 스토리사격장 일대는 9·19 합의 ‘족쇄’로 5년여간 사실상 폐쇄된 상태로 남아 있던 대표적인 군 훈련 장소다. 특히 적거리사격장의 경우 2017년 만들어진 이듬해인 2018년 9·19 합의가 체결돼 1년 정도밖에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칠성사격장 등도 사격을 할 수 없어 전술 훈련 용도로만 간간이 쓰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은 최근 오물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선 건 물론이고 휴전선 북측 지역 일대에선 지뢰 매설,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설치, 전술도로 보강 등에 나서고 있다. 남한을 겨냥한 적대적인 군사 행동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 정부는 지상과 해상의 사실상 전 전선에 걸쳐 훈련을 재개하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훈련 축소나 미실시로 약화된 전방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연쇄 도발 중인 북한을 겨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도 전달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北장사정포 진지 타격 K-9 자주포 동원될 듯

6년 전 9·19 합의로 지·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지상 MDL 5km 이내)이 설정된 뒤 그간 군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전방 훈련을 전격 재개하진 못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조항(1조 3항)을 효력 정지하고 공중 감시와 정찰 활동을 복원했지만 이후에도 MDL 일대 포사격이나 야외 기동훈련은 정부 방침상 실시하지 못한 것.

그간 관할 지역 내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한 전방 부대는 훈련을 위해 남쪽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훈련장 폐쇄에 따라 훈련이 가능한 타 훈련장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훈련 규모나 빈도도 줄어들었다. 정부 소식통은 “전 정부 5년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훈련을 목적으로 만든 훈련장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장병들의 피로가 쌓이고 불만이 커져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포사격 훈련 금지구역에 해당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군이 보수적으로 9·19 합의를 해석해 훈련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2018년까지 연평균 15만 발 사격이 이뤄진 군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훈련장인 강원 고성 마차진사격장은 MDL로부터 11km 떨어져 있음에도 대공사격훈련에 필요한 표적기를 날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훈련이 중단됐다. 군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부터 이곳에서 대공사격훈련을 정상 실시하고 있다.

이번 주 재개될 포병 실사격 훈련에는 K-9 자주포 등이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도서 사격 훈련에 동원된 K-9은 최대 사거리 40km(사거리 연장탄 60km)로 전방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 진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이달 중순경까지 일단 군은 연천 삼화리 일대에서 기갑부대 등을 동원한 기동 훈련과 동해 일대에서 육군과 해군의 전력을 투입해 합동 사격 훈련 등을 실시한 뒤 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 당국이 계획 중인 동해 육·해군 합동 사격훈련에는 포병 전력은 물론이고 함정이나 공중전력 등도 동원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 준비된 대북 확성기, 北도발 강도 따라 재개될 듯

정부는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대신 사전에 계획된 여러 훈련들을 통해 대북 경고 및 긴장 관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성기를 즉각 가동할 준비는 돼 있으나 북한의 향후 도발 강도에 따라 재개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건건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정상화된 훈련을 차분히 실시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군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이어지던 지난달 9일 접경지역에서 대북 확성기를 일시 가동한 바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