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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이민’ 혼란속 독선에 분노… 마크롱 대신 극우 택한 佛

‘경제난-이민’ 혼란속 독선에 분노… 마크롱 대신 극우 택한 佛

Posted July. 02, 2024 09:03,   

Updated July. 02, 20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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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중추 국가인 프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 다수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 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1차 총선 집계 결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33%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신민중전선(NFP)이 28%로 2위를, 집권당인 중도 르네상스가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은 20%로 3위를 차지했다. 의회 전체 의석 577석 중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6석 가운데 37석(49%)이 RN에게 돌아간 것. NFP는 32석을 차지해 2위를, 앙상블은 2석에 그쳤다.

EU에서 영향력이 큰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눈앞에 두면서 유럽 전반에 걸쳐 극우 정당들이 더욱 세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이민 정책과 서민 대상 경제정책 강조

RN이 높은 지지를 얻게 된 배경으론 고물가 등 경제난과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 혼란 등이 꼽힌다. 극우 정당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보호무역과 반이민 정책 등을 강조하며 지지 기반을 넓힌 것.

특히 RN은 외국인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속지주의 폐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의료 지원 폐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중산층 이하를 지원하기 위한 기본 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폐지 같은 공약도 강조했다.

현지 언론들은 “RN의 공약들이 전형적인 극우 지지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지지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만한 마크롱주의 심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고배를 마신 마린 르펜 RN 의원은 지난달 30일 1차 총선 출구결과가 나오자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프랑스인들은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페이지를 넘길 의지를 보여줬다”고 외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첫 집권 뒤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각종 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 독일 등 이웃국가들로부터 ‘성과를 내는 대통령’이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개혁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소통이 많았고, 굵직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재선 성공 뒤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의 권한을 23차례나 행사해 지난 30년의 정부 중 가장 많이 행사했다”며 “총선은 마크롱주의에 대한 국민 투표”라고 보도했다.

●삐끄덕거리는 동거 정부 구성 가능성 높아

통상 의회의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지명되는 만큼 현재 중도인 마크롱 대통령이 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를 총리로 임명하며 동거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해온 연금개혁 등이 중단될 수 있다. 또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바르델라 RN 대표는 지난달 19일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1차 투표로 전체 의석수가 결정되진 않는다. 1차에서 지역구별로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에게 표를 받으면서 당일 투표 총수의 과반을 달성해야 당선자가 된다. 이 요건을 갖춘 당선자가 없는 선거구는 2차 투표를 진행해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정한다. 전체 의석수는 다음달 7일 치러지는 2차 투표에서 최종 결정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판세를 보여주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약 67%로 2022년 최종 투표율(47.5%)보다 월등히 높았을 뿐만 아니라 1997년 1차 투표(67.9%)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였다.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가 RN에 두 배가 넘는 31.5%의 지지율로 참패하자 돌연 결정한 바 있다. RN의 지지세를 당장 꺾지 않으면 2027년 대선에서 극우가 대권을 쥘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RN이 1당으로 설 가능성이 높아져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이 실패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