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토머스 매슈 크룩스(21)가 전날부터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세 며칠 전부터 크룩스가 총을 쏜 지점이 보안 취약지역으로 지적됐으며, 암살 시도 약 30분 전에 구조대원이 그를 발견해 신고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15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크룩스는 범행 하루 전인 12일 사격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격 연습을 했다. 크룩스는 자신이 사는 베설파크에서 18km 떨어진 클레어턴 사격 클럽 회원이다.
범행 당일인 13일 오전에는 미국의 유명한 인테리어·정원관리용품 체인점인 ‘홈 디포(The Home Depot)’에서 152cm 길이의 사다리를 구입한 뒤 총기점에 들러 50발의 탄약을 샀다. 이후 자신의 현대 쏘나타 차량을 몰고 1시간 거리 떨어진 범행 현장인 버틀러 유세장으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CNN에 “크룩스는 유세장 바깥에 자동차를 주차했고, 트렁크에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송신기와 연결된 폭발 장치가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암살 시도 사건을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은 15일 사건 당일 입수한 크룩스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아내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다만 현재까지 크룩스의 범행 동기를 파악할 만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부실했다는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사전에 이를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NBC방송은 “크룩스가 총을 쏜 건물 지붕은 이미 비밀경호국(SS)이 잠재적 보안 취약지역으로 꼽았던 장소”라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현지 경찰의 관할 구역이었다”고 해명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방송 WPXI는 또 “사건 발생 약 26분 전인 오후 5시 45분경 지역 응급 구조대원이 지붕 위에 있는 수상한 남성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린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떤 조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