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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보 활동, 美에 탈탈 털렸다

Posted July. 18, 2024 09:03,   

Updated July. 18, 20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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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검찰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사진)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16일(현지 시간) 기소했다.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사실상 한국의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특히 연방 검찰 공소장에는 외교관 신분으로 미국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들이 테리 연구원에게 줄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양측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 등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한국 정보 당국의 허술한 보안 의식과 동맹국을 상대로 한 정보 활동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일종의 ‘정보 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요청으로 미 정부 고위 당국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의회 증언 및 기고문 등을 작성하는 대가로 보테가 베네타와 루이뷔통의 가방, 돌체앤가바나 코트(추후 차액을 내고 크리스찬디올 코트로 교환) 등을 받았다. 테리 연구원과 국정원 간부들은 뉴욕과 워싱턴의 고급 식당에서 종종 식사도 같이 했다.

또한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자금이라는 것을 숨기고 자신이 속한 싱크탱크의 운영비 3만7000달러(약 5100만 원)를 지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리 연구원에게 미국 주요 매체에 한미핵협의그룹(NCG)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이 자국 싱크탱크 전문가를 지원하는 공공외교 활동을 불법 로비스트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07년 재미교포 사업가 박일우 씨가 국정원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대북 첩보 활동을 벌였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유명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테리 연구원은 학창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와 보스턴 터프츠대를 졸업했다. CIA 대북정보 분석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국장,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을 지냈다.

테리 연구원 측 변호인은 동아일보에 보내온 성명에서 “연방법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테리 연구원은 언제나 한미동맹을 확고히 지지해 왔고 이 기소를 기뻐할 사람은 북한뿐”이라고 반발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