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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섬 주민 “내집 가는데 QR코드 찍어야… 감옥에 갇혔다”

시테섬 주민 “내집 가는데 QR코드 찍어야… 감옥에 갇혔다”

Posted July. 23, 2024 08:37,   

Updated July. 23, 20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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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없는 광경은 처음이에요. 정말 비현실적이네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9일(현지 시간). 파리를 관통해 흐르는 센강의 중앙에 위치한 시테섬에서 만난 노천 서점 부키니스트 주인 크리스틴 프라발 씨는 홀로 도로에 앉아 이같이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시청사 등 관광 명소가 있어 항상 관광객이 모여드는 시테섬 일부가 무인도처럼 썰렁해졌기 때문이다.

128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을 여는 파리시는 18일부터 개막식 주변 지역을 ‘테러 경계구역(회색 지역)’으로 지정했다. 주변에는 2m 높이의 울타리도 세웠다. 이 지역 안으로 통과하려는 사람들은 사전에 정부에서 심사를 통해 발급받은 QR코드를 경찰에게 제시해야만 한다. 특히 가장 경계 수준이 높은 회색 지역은 올림픽 행사 관계자나 취재진 등 제한된 인원만 QR코드를 받아 진입했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이 재앙 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회색 지역보다 센강에서 멀어져 경계 수준이 낮은 ‘빨간 지역’은 도보로는 자유롭게 지날 수 있다. 하지만 차량과 자전거는 QR코드 검문을 받아야 했다.

정부의 정책 홍보 부족 탓인지 복잡한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주민들은 QR코드를 받지 못하거나 발급이 지연돼 불편을 겪었다. 에펠탑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앙드레아 테고 씨는 “QR코드를 발급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근처 병원 예약 증명서와 직장 근무 서류를 제시해 겨우 이 지역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차량이 통제되고 경기장과 개막식장 주변을 중심으로 지하철역 17곳이 폐쇄돼 급하게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파리시 공공 자전거 서비스 벨리브의 경우 이용 건수가 2019년 2390만 건에서 3년 만인 2022년 4210만 건으로 76%나 늘었다.

파리시는 경계를 철저히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최근 샹젤리제 거리 루이뷔통 매장에서 경찰이 칼에 찔리는 등 도심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파리에서 테러가 많이 일어났던 만큼 당국은 올림픽 기간 통제 구역을 통과하려는 이들을 까다롭게 조사 중이다. 21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올림픽 참가 선수와 코치, 언론인, 자원봉사자, 경찰 등 관계자 100만 명에 대한 심사 결과 올림픽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 4355명을 추려내 행사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파리=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