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재집권하면 북한이 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중단을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망했다. 해외 주둔 미군에 드는 비용을 우려하는 트럼프 후보는 집권 1기 때부터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등을 거듭 거론하며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22일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진한 우정)’를 재점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트럼프 후보에게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대신 내가 핵무기 몇 개만 갖게 해달라. 그러면 나는 장거리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겠다’고 말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주한미군을 미국으로 옮긴다면 미국은 (현재보다) 3∼4배의 비용을 더 내야 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주한미군 철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에게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미군 감축 등의 카드로 압박한다는 취지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두고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고립을 깨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 또한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을 두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을 핵심 지역에서 몰아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해당 역내에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을 인도태평양에서 몰아내면 중국은 이 지역에서 배타적 우선권을 확립할 수 있으며 미국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것 또한 북한의 적화통일을 위한 첫 단계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후보는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도중 재집권하면 김 위원장과 잘 지내겠다며 “그(김 위원장)가 나를 그리워한다”고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자신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