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낙선 후보 등과의 만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한동훈 대표와 통화한 뒤 참모진들에게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23일) 참모진과 만찬을 하던 중 윤 대통령이 먼저 당정 대화합 차원에서 신임 지도부 등과의 만찬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가 열린 지 하루 만에 만찬이 성사된 것. 지난해 3·8전당대회가 치러진 뒤에는 닷새 만에 김기현 당시 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이처럼 하루 만에 만찬이 성사된 데는 한 대표가 득표율 62.8%를 얻어 압승하는 등 한 대표에게 힘이 실린 상황에서 정부의 당 장악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8표 이탈 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되며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어 “표 단속을 위해서라도 전략적 공생을 꾀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전대 이후 ‘윤-한 갈등’이 재연될 경우 향후 국정 운영은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어제 대통령께서도 축사를 통해 ‘당정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운명 공동체다’라고 말했다”며 “오늘 만찬은 대화합의 만찬”이라고 말했다. 향후 한 대표와의 정례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찬을 계기로 해서 구체적인 방안들이 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이날 당정이 즉각적인 만찬 회동을 통해 화합 모드를 과시했지만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여러 뇌관들이 있어 향후 당정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표가 취임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검찰 조사를 두고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즐겨쓰는데 제3의 장소를 택한 건 국민 눈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현직이라서 경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호 외에는 당연히 출석할 수 있었는데 그게 우리가 요구했는지 아느냐”고 했다.
향후 진행될 당직자 인선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에선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은 물론이고 신임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등 인선에 친윤계 의원이 중용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도 주기환 민생특별보좌관이 비례대표 당선권에서 제외되자 하루 만에 대통령실 특보로 임명하는 등 윤-한 갈등이 고조된 전례도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