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에 상속세를 매길 때 자녀 한 명당 공제해주는 금액이 10배로 늘어난다. 최고 세율도 50%에서 40%로 낮춘다. 최고세율 조정은 25년 만에, 상속세 공제 한도는 9년 만의 개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서 국회 통과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해 중산층, 특히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세율인 10%가 적용되는 구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20%를 할증하는 제도도 없앤다. 다만 최대 30억 원인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 5억 원은 유지된다.
정부는 또 결혼과 출산을 늘리기 위해 신혼부부가 혼인 신고를 하면 100만 원의 소득세를 돌려주는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2026년까지 혼인 신고한 신혼부부들이 대상이다. 또 자녀 한 명당 15만∼30만 원씩 소득세를 감면해주던 것도 25만∼40만 원으로 10만 원씩 올리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미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크게 줄어든 데다 종부세를 개편하면 지방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해선 과세 시점을 2년 유예했다.
올해 세법 개정안으로 내년부터 세수는 4조3515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상속증여세가 매년 3조7000억 원가량 감소한다. 세수 펑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3년 연속으로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