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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하다” 임신-출산 단절 딛고 올림픽 뛰는 ‘슈퍼맘’들

“엄마는 강하다” 임신-출산 단절 딛고 올림픽 뛰는 ‘슈퍼맘’들

Posted July. 30, 2024 08:50,   

Updated July. 30, 20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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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나를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랄 뿐이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7)의 이야기다. 2021년 자국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서기도 했던 오사카는 지난해 7월 딸 샤이를 출산했다. 임신 전후로 지난해 1년간 휴식을 취했던 오사카는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위해 다시 라켓을 잡았다.

엄마 선수로 돌아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출산 과정에서 골반기저근이 많이 손상됐다.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출산 후 보름이 지난 뒤부터는 주변의 만류에도 조금씩 훈련하기 시작했다. 오사카는 “엄마는 모든 걸 해야 하고, 모든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왜 엄마들이 목소리가 크고 강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사카의 파리 올림픽은 개막 후 하루 만에 끝났다. 27일(현지 시간) 테니스 여자 단식 1라운드에서 독일의 안젤리크 케르버(36)에게 0-2(5-7, 3-6)로 져 탈락했다. 엄마 오사카는 “다시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라는 말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파리 올림픽은 출전 남녀 선수 비율에서 사상 최초로 양성평등이 이뤄진 대회다. 100년 전인 19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4.4%였던 여자 선수 비율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50%에 이르렀다. 선수촌에서도 처음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넘어 한계에 도전하는 ‘슈퍼 맘’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자메이카의 육상 스타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8)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슈퍼 맘 스타 중 한 명이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육상 여자 100m를 2연패한 프레이저프라이스는 2017년 아들 자이온을 낳았다. 그리고 4년 뒤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마미 로켓’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지난해 아들의 학교 운동회 엄마 달리기에서 1등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성이 당신의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재능을 숨기지 않는다”는 게 프레이저프라이스의 목소리다. 5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프레이저프라이스는 파리에서 여자 100m, 400m 계주에 출전한다.


개최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도 여왕’ 클라리스 아그베그네누(32)도 엄마의 이름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다. 2022년 6월 딸 아테나를 낳은 아그베그네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국제유도연맹(IJF)의 도움을 얻어 경기장 내 워밍업 룸에서 딸에게 모유를 먹였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자신의 여섯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 올림픽 2관왕(여자 63kg급, 혼성단체전)인 아그베그네누는 파리 대회에서 다시 한 번 두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는 사격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공기소총 10m 혼성 금지현(24), 여자 공기권총 10m 김예지(32)가 ‘슈퍼 맘’이다. 지난해 5월 딸 정서아 양을 출산한 금지현은 “후배들에게 출산으로 선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