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꾸민 정원이 모두에게 전시된다고 하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
17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지하철 7호선 자양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주한 뚝섬한강공원. 이날 서울시가 뚝섬 인근 유휴부지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시민들과 함께 정원을 만드는 참여형 프로그램인 ‘한강 가드닝클럽’의 첫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오전 내 비가 내린 흐린 날씨인데도 20, 30대 시민 20여 명이 퇴근을 마치고 천막 아래 속속 모였다.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인 참가자들은 첫 만남인데도 식물을 주제로 한 시간 가까이 긴 대화를 나눴다. 정동호 씨(35·서울 강남구)는 “3년 전부터 집에서 관엽식물인 몬스테라와 스킨답서스를 키우고 있다”라며 “저처럼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고 소통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끼고 찾아왔다”라고 기대를 보였다.
● 시민들이 만드는 뚝섬공원 정원
이날 참가자들은 조경학 전공 강사가 들려주는 정원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맡은 이가영 서울가드닝클럽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 어울리는 건 여러해살이풀(숙근초) 기반 자연주의 정원”이라며 환경에 따른 다양한 정원 스타일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해가 저문 뒤에도 라이트를 켜고 뚝섬 주변에 꾸며진 정원을 둘러보며 공부를 이어갔다.
이날 모인 MZ세대 시민 정원사들은 8월 말 뚝섬한강공원 어린이놀이터 주변 100㎡ 규모에 정원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전시할 예정이다. 남자 친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한채윤 씨(32·서울 영등포구)는 “꽃이 많고 화려한 영국식 정원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라며 “정원 가꾸는 법을 배워 아버지께도 알려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19∼39세 청년 30명을 모집한 한강 가드닝클럽은 접수 시작 반나절 만에 선착순 마감됐다. 원래는 중장년층보다 식물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젊은층에게 정원을 알리려는 취지였는데, 예상 밖으로 젊은층으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거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나이 든 사람들의 취미로 여겨질 수 있는 정원 가꾸기에도 젊은층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걸 확인한 만큼 앞으로 관련 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 정원이 지닌 스트레스 감소 효과
2022년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우리가 몰랐던 정원의 숨은 가치’에 따르면 정원 감상은 도시 경관 감상보다 불안 수준을 20%, 부정적인 기분을 11% 낮추는 효과를 지닌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정도가 약 60% 낮다. 또한 정원에 방문하기 쉬운 환경일수록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더 컸다.
앞서 3월 서울시는 2026년까지 출퇴근길이나 나들잇길, 광장, 녹지 등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 1007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5월에는 뚝섬한강공원 약 1만460㎡ 면적에 정원 76개를 조성해 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를 여는 등 뚝섬 일대를 시민정원 대표 지역으로 꾸미고 있다. 이 박람회가 지속되는 10월 8일까지 뚝섬한강공원에선 △정원작은음악회(매주 금∼일요일 오후 5시 반∼7시) △책읽는뚝섬대정원(매주 주말) △정원식재교육(8월∼9월 중 5회) 등 다양한 정원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