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스포츠 정신은 ‘페어플레이(fair play)’다. 만약 2인 이상의 단체 경기라면 팀워크도 중요하다. 19세기 미국 사실주의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스포츠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 큰 명성을 얻었다.
‘반환점을 도는 비글린 형제’(1873년·사진)는 1872년 5월 필라델피아 스쿨킬강에서 열린 유명한 조정 경기의 한 장면을 담고 있다. 수많은 관중이 강변을 따라 늘어선 가운데 조정 선수들이 노를 젓고 있다. 맨 앞에 2인용 스컬을 탄 선수는 바니와 존 비글린 형제다. 존이 노를 밀고 바니가 노를 당기며 푸른 깃발이 꽂힌 말뚝을 돌고 있다. 5마일에 이르는 코스의 중간 지점이다. 가장 까다로운 구간이었지만 형제는 뛰어난 팀워크로 제일 앞서 나갔다. 오른쪽 중간 거리에 보이는 경쟁자들은 이미 뒤처져 있다. 비글린 형제는 이 대회에서 1분 차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에이킨스는 분명 경기 현장을 지켜봤을 테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열린 더블 스컬 경기인 데다 새로운 월드 스포츠 스타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림에는 운동 선수들의 자세, 근육의 긴장, 배 모양, 물의 반사 등 세부적인 요소들이 매우 정교하게 묘사돼 있다. 경기와 선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할 터. 실제로도 에이킨스는 조정 선수였다. 조정뿐 아니라 수영, 레슬링, 요트, 체조 등을 즐겼던 운동광이었다.
조정은 187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였다. 화가는 배가 반환점을 도는 가장 어려운 순간, 호흡을 척척 맞추는 두 선수의 모습을 포착해 그렸다. 치열한 경기의 긴장감과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비글린 형제가 보여준 페어플레이와 팀워크는 스포츠뿐 아니라 세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기본 덕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