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3분기(7∼9월)부터 한국 기업들이 달러화 결제 없이 원화로 인도네시아의 희토류 등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31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원화-루피화 직거래 결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사실상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르면 9월 내에 원화-루피화 직거래 결제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양국의 중앙은행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이후 송금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직거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국내 민간 은행 등에 원화를 맡긴 뒤 루피화로 송금을 요청하면 된다. 통화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달러화 환전 절차가 없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위험도 축소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에 시스템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 시중은행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중앙은행과 외환 당국 등은 합의 내용에 각국의 시중 은행들이 달러화 결제보다 원화-루피화 직거래 결제 시 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는 데 노력한다는 문구를 삽입할 예정이다. 결제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신흥 자원 부국으로 반도체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를 비롯해 이차전지 원료인 니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인도네시아가 대체 자원 공급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금액은 총 212억 달러(약 29조 원)로 12번째로 많았다. 수출액은 91억 달러, 수입액은 이보다 큰 121억 달러(약 16조6900억 원)였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