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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금리 인하 시동 거는데 집값·가계빚에 발목 잡힌 韓

美연준 금리 인하 시동 거는데 집값·가계빚에 발목 잡힌 韓

Posted August. 02, 2024 08:59,   

Updated August. 02, 20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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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제 기준금리(5.25∼5.50%)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이르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전제를 달긴 했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고용시장 과열이 냉각되고 있는 만큼 강력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에 앞서 유럽, 중국 등 주요국들은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자 일찌감치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은 지난달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를 5개월 만에 또 낮췄고, 6월 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슈퍼 엔저’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린 일본을 빼고는 주요국들이 경기 악화에 대응해 금리를 낮추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도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세 둔화 등을 감안해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1년 반 만에 마이너스(―0.2%)로 돌아서며 내수 부진이 심화되자 선제적 금리 인하론까지 제기된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예고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서 금리를 낮출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심상찮은 집값과 급증하는 가계 빚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올랐고, 수도권 아파트값은 45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향후 집값 상승을 내다본 소비자 전망은 2021년 집값 폭등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기 동탄신도시 무순위 청약에 294만여 명이 신청해 청약홈 마비 사태까지 벌어진 게 지금의 부동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 과열 분위기 속에 이미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 원 넘게 늘었다.

이런 불안요인을 그대로 안은채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기름을 부어 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주거비 부담이 물가 상승을 다시 부채질하고 가계 소비를 제약해 경기를 더 끌어내릴 공산이 크다. 물가 안정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으면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피벗 타이밍을 찾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통화정책 전환에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시장에 더 확실하고 정교한 신호를 보내 집값 불안부터 서둘러 잠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