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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R’의 공포, 아증시 검은 금요일

Posted August. 03, 2024 10:51,   

Updated August. 03, 20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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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수가 일제히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하는 대형 호재가 있었지만 고용 등 미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거품론까지 불거지면서 실물경제와 기업실적이 생각보다 빨리 악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2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49포인트(3.65%) 하락한 2,676.19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될 당시인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하락) 이후 4년 4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코스닥도 4.20% 급락한 779.33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엔화가치 강세라는 악재까지 겹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5.81% 폭락했다. 이날 하락 폭은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1987년 10월 20일(3,836엔 하락) 이후 36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일본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금리 인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나 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게 자국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 급락은 전날 미국 경기 둔화 우려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결과다. 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2.3%, 다우지수는 1.21% 각각 급락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14%나 떨어졌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지난해 8월 첫째 주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전달보다 1.7포인트 하락했고, 시장 예상치(48.8)도 한참 밑돌았다.

그러자 월가에서는 미국의 경기 둔화 양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른바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장중 19.48까지 올라, 4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증시 변동 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