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리스)가 군중을 모은 건 연예인 덕이다. 난 연예인 필요 없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유세에서도 관중을 끌어모으자 ‘숫자 싸움’에 민감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불안을 느낀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지지율이 박빙이란 여론조사가 연달아 나온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트럼프 후보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 “트럼프 후보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를 의식한 발언을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나흘 전에 같은 장소인 애틀랜타 조지아주립대 컨벤션센터에서 첫 대규모 유세를 진행한 해리스 부통령은 당시 1만여 명의 관중을 불러모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인기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 등이 공연한 덕분”이라며 “난 연예인이 필요 없다. 내가 유세장을 가득 채우는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당시 정치 신인이던 트럼프 후보는 열성 지지자들을 대거 끌어모은 것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여긴다. 군중 동원이 ‘승리의 척도’인 셈이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스타가 된 것이 트럼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트럼프는 첫 캠페인의 영광스러운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는 일부 빈 좌석을 언급하며 “누군가 우리 집회에 사람들이 입장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선거일에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상상해 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 측은 반(反)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유권자 포섭에 나서며 지지층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해리스 민주당 선거 캠프는 4일 “새 선거 캠페인 ‘해리스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공개된 참가자에는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과 레이 러후드 전 교통장관,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 덴버 리글먼 전 하원의원,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 등 25명 이상의 공화당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CNN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공화당 인사들이 없지 않았지만, 아예 공식적으로 (민주당 측) 지지를 밝힌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해리스 선거 캠프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지지했던 온건 성향의 공화당원을 포섭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도 트럼프 후보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에서 줄곧 우위를 점해 오던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이 나선 뒤로 안심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후보(49%)를 오차범위(±2.1%) 내에서 앞섰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의 지지율은 50% 대 50%로 동률이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