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 그런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고자 경기를 이어갔다.”
미국 다이빙 국가대표 앨리슨 깁슨(25·사진)은 7일 파리 올림픽 여자 3m 스프링보드 예선 1차 시기에서 말 그대로 ‘빵점’을 받았다. 수영장을 등지고 보드 끝에 서서 도약할 때까지만 해도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공중에서 뒤로 두 바퀴를 돈 순간 발이 보드에 걸렸다. 입수 순간까지도 깁슨의 몸은 접혀 있는 상태였다. 심사 결과는 0.0점이었다. 이 종목 참가 선수 28명 중 유일한 0점 기록이었다.
이 충돌로 깁슨의 오른쪽 팔꿈치에 멍이 들었다. 옆구리에도 상처가 났다. 올림픽 메달 가능성도 물 밑으로 가라앉은 상황. 깁슨은 1차 시기가 끝난 뒤 고개를 저으며 수영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보드 위로 돌아온 후 네 차례 더 물속을 향해 뛰어들었다. 5차 시기 합계 총점은 198.30점으로 역시 꼴찌였다.
깁슨이 올림픽에서 꼴찌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깁슨은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도 이 종목에서 최하위에 그친 뒤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비영리단체를 통해 케냐의 한 학생을 후원하게 되면서 다시 다이빙대에 섰다. 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깁슨은 경기 후 눈물을 글썽이며 “(부상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켜보는 다른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며 “난 단순히 다이빙만을 위해 올림픽에 출전한 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은) 오늘의 내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