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사람이 빵을 다 사가서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20)은 어떤 상황에서든 이렇게 ‘초긍정적인’ 언행을 남겨 ‘원영적 사고(思考)’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효진적 사고’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7)은 결선 내내 앞서가다 마지막 발 실수로 슛오프 승부를 펼쳤다. 결국 0.1점 차이로 승리한 반효진은 “아침에 ‘오늘의 운세’를 봤더니 ‘모두가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고 쓰여 있었다. 슛오프까지 간 게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반효진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노트북 컴퓨터 구석에 붙여 놓은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라는 메모와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없다’는 그의 좌우명도 이번 대회 기간에 인기를 끌었다.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할 때는 ‘상욱적 사고’도 도움이 된다. 펜싱 남자 사브르 2관왕 오상욱(28)은 개인전 결승에서 14-5로 앞서가다 연달아 6실점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때 원우영 코치(42)가 “할 수 있다. 네가 최고다”라고 외쳤다. 오상욱은 경기 후 “‘잘한다, 잘한다’ 해주셔서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결국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현적 사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21)은 “‘바로 다음 대회에서 3관왕을 또 하는 게 쉬울 거 같냐’는 말이 부담될 뻔도 했다. 그런데 어차피 나랑 목표가 같은 거면 감사한 일 아닌가 싶어, 그냥 바늘구멍을 통과해 버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복 탄력성’이 필요할 때는 ‘예지적 사고’다. “괜찮아. 다 나보다 못 쏴”라는 마인드로 사격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김예지(32)는 주 종목인 25m 권총에서 시간 초과로 0점을 받아 탈락했다. 그러나 “빵점 한 번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털고 일어났다.
“손흥민이 왜 그렇게 자주 우는지 알 수 있었다”던 김주형(22·골프)의 말처럼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는 건 국제무대에 익숙한 선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메달을 땄다고 젖어 있지 말아라. 해 뜨면 마른다”는 김우진(32·양궁)의 말이 모든 메달리스트에게 금과옥조인 이유다. 메달을 못 땄다고 좌절할 것도 없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경쟁 선수 도핑 때문에 빼앗겼던 동메달을 12년 만에 받은 전상균(41)은 역도 대표팀 후배 박주효(27)에게 “올림픽 7등은 그냥 7등이 아니라 세계 7등이다. 기죽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