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핵 온난화(nuclear warming)’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최근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12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서 생방송 대담을 가졌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핵무기 보유국 정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강한 대통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는 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무능이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불러왔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불법 이민과 인플레이션, 세계 곳곳의 분쟁은 모두 바이든 행정부 때문”이라며 “내가 재임할 땐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시 주석을 잘 안다”며 “그들은 강하고, 똑똑하고, 사악하며(vicious), 자기 게임에서 최고에 오른 사람들”이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대담에서 3차례 언급했다. 트럼프 후보는 “그를 싱가포르와 베트남, 북한(판문점)에서 만났다. 우린 관계가 매우 좋았다”며 “현재 가장 큰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핵 온난화”라고 말했다. 핵 온난화는 핵무기 보유국들의 갈등이나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가 늘어나는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머스크 CEO는 “김 위원장 같은 이들은 강력한 지도자에게 반응한다”고 답했다.
머스크 CEO는 대담 내내 트럼프 후보의 주장에 적극 호응했다. 그간 자신이 주창한 지구 온난화 위기 및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트럼프 후보가 폄하했을 때도 반발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국가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한 위원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도 “당신은 (비용 절감을 위한) 최고의 재단사(great cutter)”라고 화답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대담을 “머스크의 공개 취업 면접”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대담은 예고 때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 1억9420만 명의 팔로어를 지닌 머스크 CEO는 “재미를 보장한다”며 사전 대본 없이 대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대담은 최대 130만 명이 접속해 시청한 가운데 약 2시간 6분 동안 진행됐다. 또 대담은 두 사람이 화면으로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대화만 나누는 방식이었다. 접속자들에게도 목소리만 들렸다. 다만, 대담은 42분 가까이 늦게 개시됐다. 12만 명이 접속한 뒤 더 이상 접속이 되질 않아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렸다. 머스크 CEO는 “800만 명 동시 접속 테스트를 마쳤는데 심각한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이날 대담 동안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신이 아는 최악의 두 사람이 생방송을 한다”며 “머스크는 트럼프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 CEO는 대담 종료 뒤 X에 “해리스 부통령의 X 생방송 출연도 환영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