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패통탄이 무엇을 하든 항상 아버지의 지시에 따를 것으로 본다.”
16일 취임한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38)를 두고 영국 BBC가 사실상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총리(75)의 ‘아바타’나 다름없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실제 패통탄 총리는 취임 다음 날 비리 혐의 등으로 해외 망명, 수감 등을 거쳤던 아버지를 사면했다. 각종 제약이 사라진 탁신 전 총리가 정계 일선에 복귀해 딸 뒤에서 사실상 ‘상왕’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각료 경험이 없는 패통탄이 정계 입문 3년 만에 총리에 오른 것, 탁신의 여동생 야오와파의 남편인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2008년 9∼12월 집권), 탁신의 또 다른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2011∼2014년 집권) 등 탁신 일가가 4명의 총리를 배출한 것 자체가 탁신 전 총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고 평했다.
화교 출신 통신 재벌인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취임 후 지금까지도 열광적 지지자와 반대파를 동시에 몰고 다니는 논쟁적 정치인이다. 그는 집권 당시 사실상의 무상 의료인 ‘30밧(약 1170원) 의료제’, 마을당 100만 밧 지급, 농가 부채 탕감 등 현금을 직접 뿌리는 선심성 복지 정책을 폈다. 약 7000만 명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민과 빈민층이 열광했다.
하지만 8명에 달하는 탁신 전 총리의 형제자매, 처가 식구 등이 주요 기간산업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자 민심이 돌아섰다. 가문 소유의 통신사 ‘친코퍼레이션’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 19억 달러(약 2조6600억 원)에 팔면서 단 한 푼의 세금도 안 냈다. 반대파와 시민단체 또한 탄압했다. 결국 2006년 미국 방문 중 쿠데타로 실각했다.
부정부패로 재판을 받던 그는 2008년 해외로 도피해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싱가포르 등을 전전했다. 지난해 8월 1남 2녀의 막내인 패통탄이 이끄는 친(親)탁신계 정당 프아타이당이 추대한 기업가 세타 타위신이 총리로 선출되자마자 15년간의 해외 망명을 마치고 귀국했다. 직후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곧 가석방됐다. 이번에는 총리가 된 딸이 사면까지 해줘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됐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