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제3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70)가 23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선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트럼프 후보와 합동 유세까지 펼쳤다.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총격으로 숨진, 민주당이 배출한 거물 정치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역시 총격으로 사망한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다. 그의 형제자매 5명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후보 지지가 “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지켜온 가치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CNN 등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는 이날 후보 사퇴의 변으로 “트럼프 후보와 참모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 불법이민, 표현의 자유, 우크라이나 및 중동전쟁 종식 등 현안에서 우리가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글렌데일 유세에서 케네디 주니어와 무대에서 포옹까지 한 트럼프 후보 또한 “재집권하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에 대한 독립적인 새 위원회를 설립하겠다. 모든 관련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해 4월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 6개월 후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가족들은 당초부터 그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 민주당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대부분의 가족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18일 공개한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후보는 5%의 지지를 얻었다. 해리스 후보(47%), 트럼프 후보(44%)와 큰 차이가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그의 지지율이 낮았기에 이번 후보 사퇴가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는 1954년 수도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에서 문학 및 역사를 전공했고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환경, 원주민 인권, 백신 반대 운동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