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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편한 길 택했다가 고통 길어진다

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편한 길 택했다가 고통 길어진다

Posted August. 29, 2024 09:12,   

Updated August. 29, 20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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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이 작년 말 251.3%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말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세계 평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85.4%에서 245.1%로 40.3%포인트나 급감했다. 세계 각국이 고금리 시대를 겪으면서 과도한 부채를 털어내는 정공법을 쓸 때 한국만 ‘나 홀로 부채 역주행’의 길을 선택해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가계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대출 의존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덜 걷히는 세금보다 지출이 많은 정부는 국채를 찍어 빚을 늘린다. 문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빚을 늘리는 편한 길을 선택한 결과가 고통을 장기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역주행의 후유증은 벌써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정부 재정은 올해 상반기 103조4000억 원 적자를 냈다. 적자는 큰데 연간 예산의 66%를 상반기에 몰아 쓰고 나니 하반기에는 내수위축에 대응할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저금리 정책대출 확대, 대출규제 도입 연기 등 ‘빚 권하는’ 정책이 겹치면서 가계대출은 폭증하고 있다. 불안한 집값, 가계대출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못 내리고 1년 7개월째 동결해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옥석가리기 없이 미뤄진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은 많은 좀비기업을 낳았다.

이젠 극약처방에 가까운 조치 없이 부채의 덫에서 탈출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당초 계획보다 많은 가계대출을 내준 은행의 내년 신규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대출 총량제’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관치의 실패로 불어난 대출을 통제하기 위해 더 센 관치를 동원하는 셈이다. 전방위 대출 통제로 집 투기와 관계없는 대출 실수요자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채폭증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금리동결이 아쉽다”고 한 데 대해 “왜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구조적 문제에 빠졌는지 성찰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놨다. 지금의 가계부채 상황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제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는 과도한 빚으로 인한 위기를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