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일대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9∼31일 두 나라가 이 일대에서 4차례 충돌하자 필리핀과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또한 격화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달 27∼29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완화를 모색했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해경은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필리핀 해경선이 난사군도 내 셴빈자오(사비나 암초) 인근에 닻을 내리고 도발을 감행했다. 경고와 통제 조치를 취하는 중국 해경선을 향해 고의로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필리핀 해경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해경선이 위험한 움직임으로 필리핀 선박에 피해를 입혔다”고 맞섰다. 중국 선박 10척이 필리핀 해경선을 포위하고, 선박의 옆면을 들이받는 영상도 공개했다.
사비나 암초는 필리핀 팔라완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다. 당초 스프래틀리군도의 최대 영유권 분쟁지는 필리핀 군함이 좌초된 ‘세컨드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사비나 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에 필리핀이 올 5월부터 해경선을 파견하자 이곳이 새로운 분쟁지로 떠올랐다. 이 일대에는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중국이 불법적으로 해상 영토 주권을 주장하면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다른 나라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필리핀을 두둔했다.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 방위조약은 남중국해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은 같은 달 2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점증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태평양 전구에 미국의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국에 맞선 미국의 핵태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동맹국의 핵 보유 허용 논의를 금기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