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에게 안정적인 삶을 돌려주겠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난민 수용 정책에는 반대한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득세하고 있는 것과 달리, 1일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선 독특한 극좌 진영이 약진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중심에는 반(反)기득권과 반이민, 반서방 등 좌우익의 가치를 넘나들며 독일 정치계에서도 ‘돌연변이’라 불리는 사회주의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55)가 자리하고 있다.
바겐크네히트가 올 1월에 창당한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1일 옛 동독 지역 2개 주에서 열린 지방선거에서 11∼15%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바겐크네히트의 BSW는 튀링겐과 작센주에서 열린 지방선거 두 곳 모두 3위를 기록하며 캐스팅보터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다.
바겐크네히트는 원래 냉철한 이미지의 ‘투사형’ 전국구 스타 정치인이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을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상을 가르치려고 드는 ‘라이프스타일 좌파’”라고 부르며 날을 세웠다. 특히 2015년 앙겔라 메르켈 행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기를 들며 주목받았다.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동질성은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최근 독일에 극우 열풍을 불러온 극우 독일대안당(AfD)에 대해서도 “나치즘에 반대한다”며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최근 폴리티코 유럽판 인터뷰에선 “소외된 노동계층을 위한 ‘진짜 대안’은 AfD가 아닌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극우 AfD는 튀링겐주에서 32.8%로 1위를 차지하고, 작센주에서는 30.6%로 메르켈 전 총리의 기독민주당(31.9%)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확장세가 가파르다.
독일에서 극우에 이어 극좌 정당까지 지지를 얻는 건, 그만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내년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민심 풍향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바겐크네히트의 극좌 정당 혹은 극우 AfD를 뽑은 셈이기 때문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바겐크네히트에 대해 “우파 의제에 좌파 논리를 입혀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데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그런 뜻에서 진영을 넘나드는 공약으로 블루칼라 공략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프랑스 마린 르펜 전 국민연합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