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 주라 분주하게 이동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엘리베이터에 오르기까지만 10분가량 걸렸죠.”
이번 학기에 임용된 문영민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12층에서 7층까지 이동하는 데 15분이나 걸렸다”면서 웃었다. 문 교수는 1916년 세워진 중앙대에서 108년 만에 처음 임용된 중증 지체 장애인 교수다.
중앙대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장애인 복지 전공 교수 임용 공고를 냈는데 문 교수가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것이다. 이후 학교에선 문 교수를 위해 문턱이 없고 연구실에서 멀지 않은 강의실을 찾아 배정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학기 초반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생후 8개월 때 척수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반 초중고교에 진학한 그는 부모님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학업에 열중하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 화학부에 진학한 그는 졸업 후 취업했지만 장애인으로 일반 회사에서 남들과 똑같이 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
문 교수는 “이후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목표가 생겨 2014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후 장애인의 건강과 노동을 주로 연구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사회복지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고,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급 학술지 등에 2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뛰어난 연구 실적 덕분에 임용 문턱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사회복지학부 동료 교수들은 문 교수가 연구 및 교수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대학본부 측에 문 교수를 위한 시설 개선책 등을 건의하며 돕고 있다. 허리 통증이 자주 있어 3, 4시간에 한 번은 누워 있어야 하는 문 교수를 위해 연구실 안에 안락의자를 넣어준 것도 동료 교수였다. 이 대학의 박상규 총장은 “문 교수를 도와줄 조교를 지원하고 높이가 낮은 스마트 교탁도 제공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학교에선 교수로 불리는 그로서도 여전히 일상 생활에선 장애인이란 이유로 차별을 겪곤 한다.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하는 일도 있고,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댄 일반인에게 “차를 빼 달라”고 했다가 “장애가 무슨 벼슬이냐”는 항의도 받았다고 한다. 문 교수는 “그때마다 분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경험이 장애인 복지를 더 열심히 연구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처럼 중증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저 역시 초라해지는 경험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장애가 오히려 삶의 동력이 되고 자원이 될 수 있으니 너무 움츠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