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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폭탄’ 테러… 레바논 2700여명 사상

‘삐삐 폭탄’ 테러… 레바논 2700여명 사상

Posted September. 19, 2024 08:56,   

Updated September. 19, 20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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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이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 시간) ‘무선호출기(삐삐)’ 수백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이로 인해 8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 이상이 숨지고, 275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부상자 중 약 200명은 중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특히 헤즈볼라는 보복 의사를 밝혀 대규모 무력 충돌 및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 반경부터 1시간가량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티레, 동부 베카, 서부 헤르멜 등 주요 지역에서 무선호출기가 폭발했다. 레바논 접경 국가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무선호출기 폭발을 경험한 사람 중 많은 수가 헤즈볼라 구성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도 이번 폭발로 가벼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올 2월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 도청, 해킹 등을 우려해 구성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벌여 왔고, 이스라엘의 헤즈볼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역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최근 3000대 이상의 무선호출기를 대만의 무선호출기 제작사 골드아폴로로부터 구입했다. 또 NYT는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해당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는 프로그램을 심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레바논 고위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발이 일어나기 몇 달 전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 5000여 개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31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한 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꾸준히 충돌해 왔다. 다만 지난달 25일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하고 헤즈볼라도 무인기(드론)와 로켓 320발을 발사하는 충돌을 겪은 뒤에는 큰 충돌이 없었고, 이로 인해 전면전 발생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