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출근 2주만에 무단이탈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출근 2주만에 무단이탈

Posted September. 24, 2024 08:59,   

Updated September. 24, 2024 08:59

日本語

지난달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해 연락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3일 서울 시내 가정으로 출근한 지 약 2주 만에 이탈자가 나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가 소홀했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추석 연휴인 15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18일 인력 파견업체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탈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 날 서울시와 고용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저출산 대책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이달 2일까지 교육을 받고 3일부터 가정에 파견돼 일을 시작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무단이탈 신고 후 한 달 내 복귀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정확한 이탈 사유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선 ‘교육수당 체불 등 임금 관련 불만이 이탈 원인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입국 후 하루 8시간씩 교육을 받는 대신 교육수당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가사서비스 제공업체 두 곳은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첫 급여일인 지난달 20일 8월 6∼19일 수당 95만 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후 밀린 수당 지급은 완료됐지만 이달 20일에도 근무 수당은 나오지 않고 나머지 수당(8월 20일∼9월 2일분) 106만 원만 지급됐다.

업체 측은 “근무한 월급은 다음 달에 정산하기로 한 만큼 9월 근무분은 10월 20일에 정상 지급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도 “이용 가정에서 이용료를 받아 다음 달 월급을 정산하는 것이 가사관리업계 관행”이라며 “업체에서 사전에 해당 규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사관리사 입장에선 이달 받은 돈에서 숙소비(39만∼45만 원)를 내고 나면 60만 원 량만 남기 때문에 일부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관리사 사이에선 수요가 적어 주 40시간 일하지 못하면 예상보다 적은 돈을 받게 된다는 불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주 40시간 근무 시 월 206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주당 최소 30시간 근무만 보장받기 때문에 실제 받는 돈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반면 인력 시장에는 구인난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 기간 필리핀 커뮤니티 등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보다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브로커 같은 사람이 접촉해 왔다는 내부 신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가사관리사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월급제인 급여 지급 방식을 주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24일에는 서비스 제공 기관과 가사관리사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 등 현장 의견도 청취한다.

노동계는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시범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졸속 추진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결국 탈이 났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주애진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