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이 23일 미국 뉴욕에서 만나 최근 양국 현안으로 떠오른 중국 선전(深) 일본인학교 초등학생 피습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논의했다. 일본 측은 빠른 수사 및 정보 공유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지나치게 쟁점화시키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약 55분간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가미카와 외상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범행 동기 등 사실 관계를 규명해 일본에 명확하게 설명해 줄 것과 엄중한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늘어나고 있는 근거 없는 반일 콘텐츠를 조속히 단속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하지만 왕 주임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도 원하지 않았던 우발적인 사안”이라며 법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왕 주임은 “일본은 응당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정치화와 확대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는 일본인학교에 등교하던 초등학생(10)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은 증오범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중국은 어떤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비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도 “현재 조사 중”이라며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중국의 대응 조치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도 의제로 다뤄졌다. 가미카와 외상은 “중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위한 진전을 확실히 이뤄내고 싶다”고 밝혔지만, 왕 주임은 “일본 측이 약속한 독립 샘플 채취 및 모니터링의 약속을 지키라”고 맞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