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24일 유세에서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며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대규모 제조업 엑소더스(대이동)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물론이고 동맹인 한국과 독일을 상대로도 관세를 무기 삼아 제조업 관련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는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남부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조지아주 서배나 유세에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신산업주의는 미국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올려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 노동자들은 더 이상 외국에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 대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가 내놓은 신산업주의는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15%로 낮추고, 환경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또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크게 높여 외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되면) 제조업 대사를 임명하겠다”며 “이 대사의 유일한 임무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주요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동맹국인 한국과 독일을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올 상대국으로 꼭 짚어 언급하자 트럼프 2기 출범 시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이 예상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 멕시코에도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자국 제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동맹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조차 개정,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 벨트)’에 포함된 경합주에서 초접선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 대선에서 제조업 육성 정책을 둘러싼 두 진영의 경쟁도 계속 심해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도 25일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주요 도시로 ‘몰락한 철강산업’을 상징하는 피츠버그에서 연설을 갖고 경제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후보의 경제공약에 세제 혜택 등이 포함된 제조업 육성 정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