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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이겨내는 힘

Posted October. 03, 2024 09:32,   

Updated October. 03, 20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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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건국 신화를 가지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한 나라나 민족의 시조는 신의 자식이거나 동물의 후예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알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그리스 아프로디테 여신의 후손으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

프랑스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로마 신화를 주제로 여러 점을 그렸다. ‘사비니 여인의 중재(1799년·사진)’는 로마 건국 신화에 나오는 로마와 사비니 전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기 로마 시민의 대다수는 남자였고 군인이었다. 자손을 낳아 줄 여자가 필요했던 터라 이웃인 사비니인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고, 이때 여인들을 납치하고 남자들은 다 죽이거나 내쫓았다. 3년 후 여자들을 되찾기 위해 사비니인들이 로마로 쳐들어 왔을 때, 이들을 중재한 건 바로 사비니 여인들이었다. 이미 로마인들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기에 이들은 양측 모두와 가족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림에서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여성은 로물루스의 아내 헤르실리아다. 그녀는 원래 사비니의 지도자 타티우스의 딸이었다. 어린아이들을 앞에 두고 남편과 아버지 사이에 서서 전쟁을 멈추라고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로물루스는 후퇴하는 타티우스를 향해 창을 던지려다 아내를 보고 망설이고 있다. 그가 든 방패에는 늑대 젖을 먹고 있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배경에 그려진 우뚝 솟은 성벽은 1789년 7월 14일 프랑스혁명의 시작을 알린 바스티유 궁전을 암시한다.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승된 일종의 집단 무의식이다. 이 그림이 완성된 1799년, 프랑스는 혁명의 유혈 사태로 빚어진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고 국민들을 재결합할 필요가 있던 시기였다. 다비드는 뛰어난 궁정 화가이자 정치선전 화가였다. 갈등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을 전달하기 위해 잘 알려진 로마 건국 신화 이야기를 택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