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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특검법 일단 불발… ‘남발되는 거부권’에 꺼질 불인가

쌍특검법 일단 불발… ‘남발되는 거부권’에 꺼질 불인가

Posted October. 05, 2024 09:44,   

Updated October. 05, 20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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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이 어제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2개의 특검법 모두 표결에 참여한 의원 300명의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무효가 2표였다. 실제 표결 내용이 똑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당 의원 108명 가운데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이탈표가 최소 4명 나왔다는 뜻이다. 올 2월 첫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당시 여당 의원들이 사실상 전원 반대표를 던졌던 것과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를 놓고 여당 내에서는 “굉장히 위협적인 숫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의원 전원이 법안 재표결에 참여할 경우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고 여당에서 4명만 더 찬성 쪽으로 마음을 바꾸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도 불을 끌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여권 내부의 사정을 보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여사에 대한 민심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검찰은 디올백 수수 사건에서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데 이어 이달 안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김 여사가 봐주기 수사 끝에 면죄부를 받았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에 더해 김 여사가 총선과 보궐 선거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여당 전당대회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녹취록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도 하나둘 공개되고 있다. 야당은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도 김 여사를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려는 로비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여당 의원들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거듭 특검법에 반대하는 것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여권의 결속력도 약해졌다. 한 대표는 특검법이 한 번 더 넘어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 깔려 있다.

이런 위태로운 국면이 이어지면 국정 운영에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여당이 속히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열쇠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쥐고 있다. 민심이 더 멀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각종 의혹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당면 과제다. 한 번으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그 이상이라도 못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