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 지분 매입 경쟁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1차 공개매수에 사실상 실패한 뒤 매수 가격을 고려아연 측과 똑같이 올렸기 때문이다. 양측은 동일 가격, 동일 조건으로 치열한 ‘쩐의 전쟁’을 이어가게 됐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공개매수 거래 마감일인 4일 오후 고려아연 주식 매수 가격을 기존 75만 원보다 10.7% 높아진 83만 원으로 인상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확보(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 매수 가격과 똑같은 액수다.
MBK파트너스·영풍이 매수 가격을 인상한 것은 이날 고려아연 주가가 77만6000원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2만6000원 높다. 이는 고려아연 주주들이 MBK파트너스 측에 주식을 넘기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향후 판도는 안갯속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1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최대 14.61%를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23일까지 최대 18%를 매입할 계획이다.
양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동일하게 83만 원이어서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어느 쪽을 향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에서 추가로 가격을 더 인상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이 배임 등의 소지가 큰 것으로 보고 소송을 제시한 상태다. 사법부의 판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미 해당 문제로 MBK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의 기각 판정을 받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가는 회사의 가치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으로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반영됐다”며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