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불기소 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당내에선 “사실상 기소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10일 인천 강화문화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서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른다”라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낸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사과를 요구했던 한 대표가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생각을 처음 밝히면서 김 여사 문제 관련 요구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공개 활동과 관련해서도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2021년 12월 말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었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수용해 10·16 재·보선 뒤 만나겠다고 대통령실이 밝힌 상황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민심을 윤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대를 앞두고 김 여사 문제를 핵심 의제에 포함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에 이어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당정 갈등이 증폭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독대를 통해 논의할 문제에 대해 미리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이틀 연속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김 여사에 대한 악마화 작업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해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자꾸 내부 총질만 하고 있다”고 했다.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