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국문학 세계화 이제부터가 진짜다

Posted October. 12, 2024 09:38,   

Updated October. 12, 2024 09:38

日本語

한강 소설가(54)가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건 우리 문학이 이미 세계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한가운데서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 작가를 “매우 중요한 목소리와 놀라운 인간성을 가진 작가”라고 평가했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의 카프카”에 비유했다. 서점가엔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 국내에선 11일 하루에만 최소 20만 부가 팔리며 주문이 쇄도해 판매량 집계가 어려운 지경이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베스트셀러 목록과 매대를 한 작가의 작품이 휩쓸고 있다.

한 작가의 이번 수상은 1922년 영국에서 ‘구운몽’이 영어로 출판되며 우리 문학 작품이 해외에 소개되기 시작한 지 102년 만에 내린 축복이면서 그동안의 누적된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1970년대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자극받아 시작된 번역 지원사업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이청준 이승우 황석영 신경숙 조남주 정유정 김혜순 등의 작품이 해외 출간돼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거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이어졌다. 이젠 해마다 번역 출간되는 우리 문학 작품이 200종을 넘어섰고, 수십만 부가 팔리는 작품이 나온다. 세계의 독자들이 우리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장르와 국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와 함께 외연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10일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가 영어로 쓴 장편소설이지만 광의의 한국 문학으로 분류된다. 원천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높은 우리 문학을 깊이 이해하는 해외 독자가 늘어날수록 우리 문화가 세계의 중심에 서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한 작가의 이번 수상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 작가의 작품을 28개 언어로 번역 지원하는 등 우리 문학 해외 진출의 일익을 담당해 온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 인력양성사업은 예산이 올해 약 27억 원으로 지난해 39억 원 대비 대폭 삭감됐고, 내년에는 더 깎인다고 한다. 정부는 원어민 번역자의 저변을 넓히는 한편 언어권별 출판시장을 조사·연구해 한국문학이 맞춤형 진출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